2013-08-17 12.53.50-.jpg

 

어쩌면 산은 이 즈음이 가장 조용한 때라고 할 수 있어요.

첫째 인적이 드물어요.

휴가철 지난 탓도 있고, 더위가 아직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죠.

게다가 요란한 자태의 꽃들도 거의 없을 때예요.

여뀌나 억새류 같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꽃들 뿐.

저마다 열매를 익히느라 여념이 없는 듯해요.

벌개미취, 무궁화, 옥잠화, 코스모스...

이들이 그나마 구색을 맞추는군요.

가을꽃이 기지개를 펴면 다시 활기를 띠겠죠.

 

한 번 보거나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꽃들 있지요?

그 이름과 모양새가 딱 맞아떨어질 경우.

오늘 소개할 ‘낙지다리’가 그렇습니다.

사진과 이름 보면 ‘아하!’ 소리가 절로 날 겁니다.

꽃이 낙지다리처럼 갈라진 가지에 달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꽃도 낙지다리의 흡반(吸盤)처럼 생겼어요.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

못이나 도랑과 같은 습지에서 자라요.

높이는 30∼80cm.

줄기는 붉은색을 띤 자주색.

털이 없고 윗부분에서 가지를 치며 곧게 자랍니다.

잎은 어긋나며 양끝이 좁은 바소꼴.

가장자리에 잔톱니가 있고 잎자루가 없어요.

길이 2.5∼10cm, 폭 4∼10cm.

끝이 뾰족합니다.

 

2013-08-17 12.52.59-.jpg

 

꽃은 7~8월에 노란색을 띤 흰색으로 펴요.

원줄기의 끝부분에 낙지다리처럼 갈라진 가지에 달리죠.

꽃의 지름은 4∼5mm.

꽃받침은 종모양으로 5개로 갈라집니다.

꽃잎은 없고 꽃받침보다 긴 수술이 10개.

꽃밥은 노란색.

암술대는 5개로 짧아요. 

 

열매는 삭과로 9월에 붉은색을 띤 갈색으로 익어요.

씨방이 있는 곳의 윗부분이 갈라져 많은 종자가 나온대요.

뿌리에서 짜낸 물을 부스럼에 바르면 효과가 있다는군요.

한방에선 차근채, 수택란(水澤蘭)이라는 약재로 쓰는데요.

피를 잘 돌게 하고 월경을 순조롭게 하는 작용을 한 대요.

낙지다리풀이라고도 불립니다.

 

낙지다리속은 세계적으로 아메리카와 아시아에 한 종씩 두 종밖에 없대요.

과거엔 흔했지만, 지금은 아닌가 봅니다.

국립수목원이 희귀식물로 분류해 관리할 만큼 귀해졌다네요.

저 역시 홍릉수목원에서 만났을 뿐이고요.

이미지와 이름이 딱 맞아 잊혀지긴 어렵겠죠?

하지만 얘들을 어디서 다시 볼 수 있을지 기약이 없군요.

 

요즘 산의 조용함.

열매 익혀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는 표시겠죠?

바람 잘 날 없는 게 우리네 삶이지만요.

가끔은 조용한 나날이 필요할 것 같아요.

부간산거사 조용히 물러납니다.

 

2013.8.28

 

피엔에프뉴스 / www.pnfnews.com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