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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중순, 정확히는 18일.

뜬금없는 이 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뜬금없다는 건 어떤 사전 약속이나 동의가 없었다는 뜻.

그렇게 시작한 게 벌써 이 만큼 왔습니다.

그 사이 계절은 봄을 지나고 여름을 거쳐 가을이 되었고요.

이제 산천초목이 헐벗을 겨울을 앞두고 있군요.

시절따라 변하는 북한산 풍경을 담아보자는 게 원래의 취지였죠.

 

첫 번째 주인공이 이름도 우스운 ‘큰개불알풀’.

어제의 마지막 137번은 ‘산국(山菊)’.

올 한해 이토록 많은 꽃을 구경한 셈이네요.

그들에게 ‘이름을 불러줘 내게 와서 꽃이 될’ 정도는 아니시죠?

모른다고 스트레스 받지는 마세요.

단 한 번, 그것도 사진으로만 보고 친구가 될 순 없잖아요.

 

이제 이 일기가 순수한 아마추어 수준임을 고백해야겠어요.

모든 사진이 휴대폰 카메라로 찍었다는 건 아시죠?

올해 아마 1만 5천장은 넘게 찍은 것 같습니다.

중간중간 외유(外遊)는 했지만, 북한산의 꽃들을 주대상으로 했고요.

산책 수준이긴 해도, 북한산은 모두 116차례 올랐어요.

7~8월 장마철로 리듬이 깨지는 바람에 이후 게을러졌더군요.

모든 설명은 식물도감과 네이버, 블로그, 동호회 사이트에서 베낀 겁니다.

그러니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건 여러분과 같아요.

여름 되면 봄꽃 잊고, 가을 되면 여름꽃 감감...

내년 다시 만나면 그 때 또 알아가면 되겠지 생각합니다.

 

‘부간산거사’라는 닉네임에 대해서도 재언급해야겠네요.

부간산은 북한산에 대한 저만의 애칭일 뿐 다른 뜻 없습니다.

거사(居士)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놀고 지내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설명 그대로입니다.

‘숨어지내는 선비’란 뜻도 있지만, 옛날에 그렇다는 이야기고요.

이를 무슨 도사(道士)류로 아시는 건 순전 착각이십니다. 

 

고맙고 감사하고 행복했다는 말씀 드립니다.

우선 이 글 연재해주신 pnfnews.com 대표님께 감사드려요.

들쭉날쭉한 마감시간, 예고없는 결호(缺號), 형편없는 사진.

이 모든 걸 불평 한마디 없이 견뎌주셨죠.

덕분에 일기 전체가 오롯이 보관되게 되었어요.

 

그간 일기를 통해 칭찬과 격려와 응원을 먹고 살았는데요.

꽃이 있어 올 한해 행복했다는 분들.

반강제로 구독료라는 걸 보내준 엉뚱한 친구.

다른 매체 연재를 모색해준 과거 동료들.

책 또는 카렌다로 만들자는 아이디어 제시한 몇몇 분들.

컬러로 인쇄해 벽걸이를 만들겠다는 익명의 독자들.

이런 분들로 저는 행복 두배였어요.

꽃이 있어 가장 행복한 사람은 저였으니까요.

 

미안하고 죄송한 분들도 있습니다.

MMS 수신 여의치 않으셨던 분들.

사전동의가 없었으므로 스팸메일이 되셨을 분들.

먹고 살기도 바쁜데 꽃타령이냐며 한심해하셨을 분들.

작은글씨로 눈이 괴로우셨을 분들.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려요.

 

이제 만물이 움츠리고 스러져갈 겨울.

식물들 따라 일기도 동면(冬眠)에 들어갑니다.

새봄이 오기를 기다리면서요.

내내 행복하고 평안하고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부간산거사 배상.

 

2013.10.31

 

피엔에프뉴스 / www.pn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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